[NGO 칼럼]대한체육회-KOC 통합 안된다 (2008.12.26)대한체육회-KOC 통합 안된다 /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
최근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8.8%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지상주의와 엘리트 중심의 체육정책이 그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하는 학생선수, 성인만 있는 취미활동 수준의 생활체육 현장, 체격에 비해 체력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청소년, 점점 고갈되고 있는 엘리트체육 자원 등은 실로 한국체육의 총체적 위기다.
이러한 위기를 더욱 고착화 시킬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5일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가 이사회를 열어 체육회 특별위원회로 규정된 대한올림픽위원회(이하 KOC)를 체육회와 통합하여 ‘대한올림픽체육회’를 새로 출범시키자는 결정을 한 것이다. 조만간 최종결정을 위한 대의원총회를 소집한다고 하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참으로 기민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진정한 한국체육의 발전을 위한다면
체육회와 KOC의 통합·분리는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의 통합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2002년 국체협의 법인화를 위해 이강두 의원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체육단체 통합과 분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수년간 이 논쟁은 체육회와 국체협의 입장차이가 있어 체육계 내부의 갈등만 증폭시키기도 했지만 한국체육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논의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데 체육회는 수년간 대립과 반목의 진통을 겪으면서도 오직 한국체육의 발전을 위해 체육단체의 구조개편을 진지하게 논의해왔던 수많은 체육인들의 노력과 오랜 체육계의 염원을 업신여기는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체육단체의 구조개편은 일방적인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논의의 분명한 대상이 있는 것인데 비록 KOC의 분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긴 했지만 국체협은 체육회와의 통합을 계속 주장해왔고 체육회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상황에서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KOC와의 통합을 결정한 행위는 페어플레이 정신마저 져버린 것이다.
체육회는 정관에 ‘체육운동을 범국민화 하여 학교체육 및 생활체육의 진흥으로 국민의 체력향상과 건전하고 명랑한 기풍을 진작시킴’을 설립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러나 체육회가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의 진흥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엘리트 체육에 역량을 집중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엘리트스포츠를 전담해야 할 KOC의 분리를 전면 거부하고 더 나아가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운운하며 체육회 KOC 국체협의 완전한 통합을 논의하는 공청회까지 최근에 개최했다는 언론보도는 체육회가 얼마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체육단체 구조조정의 목적은 체육회나 KOC, 국체협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그리고 진정한 한국체육의 발전을 위함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체육단체 통합과 분리에 대한 모든 논의가 이러한 대전제를 바탕으로 진행되어 왔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많은 문제가 체육회의 독선적 운영에서 비롯
체육회는 부디 체육계 인권 문제, 공부 안하는 학생선수, 엘리트체육의 자원 고갈, 학교체육의 위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단절 등 당면한 문제들이 성과주의와 엘리트 중심의 체육정책을 견지해온 체육회의 독선적 운영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KOC는 분리시켜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훈련과 국제대회 파견, 스포츠외교 등 엘리트체육을 전담하게 하고 대신 체육회는 그동안 도외시했던 국내체육 진흥에 눈을 돌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한국체육을 살리고 체육회가 ‘학교체육 및 생활체육의 진흥으로 국민의 체력향상과 건전하고 명랑한 기풍을 진작’시키겠다는 정관에 부끄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