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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29371
2023년 1월 17일0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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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29371
2022년 9월 13일2분 분량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코치가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90년대부터 엘리트 선수 생활을 하고 2003년에 지도자로 전향한 그는 2005년 행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뺑소니 혐의와 3번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것을 지도자 결격사유로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2022년 8월, 그는 자신의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하는 중죄를 저질렀다.
2019년 2월,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스포츠 미투 사건 이후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해 1년간 활동하며 총 7차례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고 각 부처에서 권고 이행 의지를 보였다. 3년이 지난 지금, 체육계는 아직도 인권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 지도자는 선수를 폭행하고 선수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린다. 합숙소에서 후배들은 선배들의 옷을 모아 세탁하고 말 한마디에 먼 거리의 편의점을 다녀와야 한다. 성년이 되어 머리를 염색하고 파마를 하고 싶은데 지도교수와 감독은 “운동선수가 머리가 그게 뭐냐”며 다시 미용실로 돌려보낸다. 그러는 와중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29일,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이 말하는 ‘현장’에서 권고안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갖은 미사여구를 붙이고 저마다의 논리로 권고안 재검토를 합리화하려 하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현장’은 당장의 입상 실적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 여기는 집단 같다. 운동부는 일반 학생과 다르다는 인식을 관철하려 하며 입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결과 선수는 “새벽, 오전, 오후, 야간”이라는 운동 스케줄을 하달받게 된다. 그들의 주장대로 ‘출석 인정 결석일수’가 늘어난다면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듣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학교는 공문을 제출하러 가는 곳이 될 수도 있다.
학생선수의 ‘운동권’ 주장에 힘이 실릴수록 비인기 종목이나 훈련 공간대여에 어려움이 따르는 종목 선수들은 죄악에 노출되기 쉬운 집단이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려면 인권 침해 문제쯤은 참아야만 하는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실제로 빙상 종목의 경우 운동 환경이 열악하고 지도자에게 막강한 권리가 독점돼 있다. 지도자의 말을 따르지 않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지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현장’ 관계자들은 알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해 선수들이 피해를 호소해도 사건을 덮거나 감추기 급급했고 그동안 선수들은 어디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었다. 급기야 가해자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같은 공간에서 훈련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또 지도자가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하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일련의 사건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연맹과 협회, 나아가 그들이 그토록 목놓아 부르는 ‘현장’에 책임이 있고 그들이 변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에 수많은 운동선수가 한정된 메달을 두고 경쟁을 하니 치열해지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자녀가, 나의 제자가 그 메달을 따야만 한다고, 입상에 가장 큰 가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나의 자녀, 나의 제자가 살아갈 날은 길고 선수 생활은 기한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재활이나 생리학에 관심이 있는 선수, 마케팅에 관심 있는 선수가 그 꿈을 키워 선수 출신의 ‘현장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진정으로 선수들을 위한다면 선수들이 일반 학생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학습하고 체험하며 꿈과 시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왜곡되고 과열된 우리나라 스포츠의 경쟁구조 속에서 ‘현장’ 관계자들은 선수들에게 인권 침해 문제를 마치 ‘성공에는 인내와 고난이 따른다’는 식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 “운동만이 살 길이다”라는 말로 선수들의 눈과 귀를 막아서도 안 된다. 선수들은 폭력과 차별이 없는 환경에서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선수들은 일반 학생과 같이 배우고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즐겁게 운동해야 한다. 이것이 스포츠‘현장’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2022.09.13.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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