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동대문운동장과 야구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월드디자인 플라자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 이유로 동대문운동장의 노후, 과밀한 상가와 쇼핑관광객 속의 오픈스페이스 부족, 주차 및 교통 혼잡 문제를 들었다. 이에 대해 프로야구선수협과 대한야구협회,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잇따르자 올해 3월19일 오세훈 시장은 KBO 신상우 총재, 대한야구협회 이내흔 회장 등과 동대문야구장의 철거 대신 서울시 외곽에 7개의 대체구장 및 간이야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양해각서에는 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서명도 없을뿐더러 대체구장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도 없다고 하며, 더욱이 체결 당사자들은 양해각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체육시민연대는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관련하여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청했다.
내용인즉, 동대문 운동장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견해, 동대문 운동장 철거 외에 대안은 없는지, 양해각서의 원본 공개 여부, 풍물시장 상인들에 대한 대책 등을 묻고,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야구장과 공원이 어우러지는 ‘소통형 공원화’를 제안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서울시의 답변을 받아 본 결과 실망감과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울시의 답변 내용을 보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되풀이 하며 대체구장을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풍물시장 상인들의 대책은 마련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서울시의 대체구장 건설은 해당 자치구의 시의원,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단 한곳도 시공은커녕 부지확보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며, 풍물시장 상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 또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오세훈 시장이 언론에 발표하였지만 상인들은 서울시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체육시설이고, 야구장은 현재에도 제2의 박찬호, 이승엽을 꿈꾸는 새세대 꿈나무들의 아마추어 야구경기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 복원으로 쫓겨난 일천여 풍물시장 상인들과 수 십 년째 동대문운동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있는 입점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러한 동대문운동장에 대해 서울시는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철거를 결정하고, 이에 반발하는 야구 관계자들을 불러 서명도 없고, 공개하지도 못할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무마하려 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개발 이면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태도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수많은 풍물시장 상인들과 입점상인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충분한 대안적 가치가 있는 ‘동대문운동장 리모델링을 통한 소통형 공원화 제안’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오직 철거와 개발이라는 자신들의 계획이 유일무이한 정책인양 앵무새처럼 떠들어 대고만 있다.
이에 체육시민연대는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서울시는 대책 없는 동대문운동장 일방적 철거계획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
하나, 서울시는 근대최초의 체육문화시설 동대문운동장을 보존하고, 리모델링을 통한 소통형 공원화 계획을 수립하라.
하나, 풍물시장과 입점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대책을 마련하고 공개하라.
하나, 서울시와 KBO, 대한야구협회는 밀실야합 양해각서를 즉각 공개하라.
하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대문운동장 관련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 즉각 응하라.
이상 우리의 상식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일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묵살되거나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통한 해결 노력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반대하는 사회단체와의 연대는 물론이고 동대문운동장을 아끼는 팬들, 서울시민들과 함께 동대문운동장 수호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체육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