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추석 연휴를 더욱 흥겹게 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당초 예상대로 일본에 밀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종합 3위에 머물렀지만 잘했다. 홈 이점이라고 하지만 중국 선수단은 무지막지하게 잘했고 일본 선수들도 전 종목에 걸쳐 잘했다. 일본에는 가위바위 보도 지면 안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
수영 선수들이 그렇게 발전했는지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양궁 선수들은 역시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고 안세영 선수의 기량과 투혼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삐약이도 기대를 전혀 어긋나지 않았다. 육상도 그렇고 펜싱, 야구, 소프트테니스, e스포츠, 여자 하키 등도 멋졌다. 생각보다 많이 부진했던 구기 종목의 아쉬움을 아시아의 호랑이 축구가 해소해 준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전통 강세 종목인 격투기 종목 등의 부진을 원천 분석하여 내년 파리 올림픽에 대비하겠다고 대한 체육회장이 공언하였으니 지켜볼 일이다. 혹시 부진 종목의 선수들을 아예 해병대나 공수부대원으로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참 전 일이지만 영국의 청소년들이 유럽 과학 경시대회에서 최하위를 차지하자 영국 정부가 그 대안으로 모국어인 영어와 체육 교과를 강화했던 정책을 대한 체육회도 한 번쯤은 되돌아보길 권한다.
일본산 요넥스 마크가 유난히 선명한 헤드 밴드 대신 안세영 선수가 태극 문양 헤드 밴드를 썼으면 어떨까 경기 내내 생각했다. 선수권 대회가 아니라 국가대표들 간 경쟁하는 자리인 만큼 그러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니면 국내 스포츠 브랜드 문양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코 선수 개인이 유니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협회나 대한 체육회가 공식 유니폼을 선정하고, 또 그 과정이 꽤 복잡한 것도 알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아시아인의 눈길이 집중되는 이런 자리에 품질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국산 브랜드 유니폼을 이제는 입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농구, 야구, 럭비, 레슬링, 사이클 선수들은 국산 브랜드인 A사 , 하키 선수들은 B사, 양궁 선수들은 C사, e스포츠 팀은 D사 등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외 대부분의 종목 선수들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도 선명하지만 2021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제32회 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은 일본 제품인 데상트, 배구 대표팀은 아식스를 입고 전 세계 TV에 방송되었다. 더욱이 도쿄 올림픽이나 이번 항정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은 개폐회식과 시상대에서 미국산 노스페이스 공식 단복을 입고 서 있었다.
아무리 거대 자본의 영향이 크고 스포츠 웨어가 글로벌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국가의 자존심이란 게 있다. 국격도 있다.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한 대한 체육회나 종목 단체도 오죽하면 그랬겠나 싶지만 앞으로는 좀 심사숙고하면 좋겠다. 정부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엄청난 스포츠마케팅 시장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할 때에는 국내 브랜드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당분간 재정적으로 각별히 도와줘야 한다. R&D 사업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스포츠 웨어는 이미 품질 측면에서 세계적인 어느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이 한참 뒤질 뿐이다. 스포츠 웨어 시장은 상상 이상의 엄청난 시장이며 유명 스포츠 브랜드는 이미 국가의 또 다른 대표가 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정부는 K 스포츠 웨어를 육성해야 한다.
내년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린다. 대회 성적도 그렇지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나가는 선수단이 이제는 높아진 국격만큼 국산 브랜드 제품 웨어를 입도록 하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원 없이 싸우고 돌아온 모든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차제에 힘들고 험난한 여건에서도 국내산 스포츠 웨어를 지속 생산하고 있는 여러 기업에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글 :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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