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개최되는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라남도에서 막을 연다. 올해는 특히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성과 덕분에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연예인 인기에 버금가는 금메달리스트들의 출전, 기록경신에 대한 기대 등으로 그 어느 대회보다도 국민과 여론의 관심이 쏠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전라남도 역시 ‘친환경 녹색체전’을 표방하며 불꽃놀이 대신 물기둥을 발사하고 지열을 활용한 냉ㆍ난방설비 시설을 갖추는 등 지역 최대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손놀림이 분주하다.
사실 전국체전은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국민들에게 체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등 국가 체육발전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고 대회를 준비하는 지역 입장에서도 수천억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와 체육시설 확충, 애향심 고취 등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 체육발전과 지역 경제발전이라는 전국체전의 순기능과 대회를 준비하는 지역민, 선수, 지도자, 행사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체육계의 비정상적이고 어두운 단상들이 덮여지는 것은 아니다.
대회 성적이 교육감들의 업적이 되고 학생선수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4강 입상이 필수 조건인 구조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인권과 학습권은 자연스럽게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될 수밖에 없고, 지자체들 또한 향토의 명예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성적향상을 위해 수억 원을 선수 스카우트에 낭비하는 등 전국체전을 둘러싼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바라보면 마냥 전국체전의 순기능만을 외쳐대기엔 체육계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은 듯 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았듯이 스포츠를 통해 온 국민은 하나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리라. 하지만 올림픽의 감동과 세계 7위의 영광 뒤에는 비상식적인 체육구조와 어른들의 승부에 대한 집착과 사욕으로 인해 학생으로서의 학습권과 인간으로서의 인권을 포기당 한 채 시·도간 과도한 경쟁의 장으로 변해버린 전국체전에서 성적을 내야하는 운동기계로 전락한 어린 학생선수들이 가려져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입상성적 위주의 체육특기자선발제도를 '최저학업성적기준인정제도'로 개선하자는 정책 권고를 발표하고, 국회가 학생체육대회의 평일개최를 금지하고 합숙소를 점진적으로 폐지하자는 ‘학원체육 정상화를 위한 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전국체전의 성적이 시ㆍ도교육감의 업적이 되고 4강진입이 상급학교 진학의 수단이 되는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체육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어린 학생선수들의 인권과 학습권은 대회를 통해 쏟아지는 신기록과 지역경제가 살아났다는 보고서에 의해 매몰될 것은 자명하다.
전국체전이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공헌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대회에서 쏟아지는 신기록과 경제보고서, 감동적인 승부와 화려한 영광 뒤에는 인간으로서, 또한 학생으로서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를 포기당 한 채 피땀 흘리는 어린 선수들의 인권이 내팽개쳐져 있는 어두운 체육계의 그늘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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