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종목의 인권상황이 심각하다. 조재범 코치의 출현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최근 국가인권위는 빙상종목의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권고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빙상 선수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하는 반인간적이고 반교육적 상황에 처해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대학 학생선수 50%, 실업선수 75%가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성인 실업선수와 대학 학생선수들의 약 30%,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20-25%가 주기적으로 매 맞고 운동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중 25%의 선수들은 매일 상습적 폭력에 시달렸다. 또한, 절대적 휴식이 부족한 훈련량도 문제였다. 더욱이 빙상계 성폭력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상처를 주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생선수들이 자기 잘못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폭력의 내면화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고 의지도 사그러진 채 아무런 대처를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였다. 잘 지도해달라고 맡겨 놓은 지도자가 폭력의 가해자가 된 꼴이다. 진학이나 메달, 경기력 때문에 선수와 부모 모두 폭력을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기면서 방관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은 도를 넘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 일부 지도자들의 권력화, 빙상장 독점화, 국가대표 코치 및 선수 선발권, 대학특기자와 실업 선수 추천권 등의 비위행위들이 난무하는 종합 비리세트로 전락한 대한민국 빙상은 국민들이 박수치고 사랑했던 빙상이 아니었다. 가혹한 인권침해와 폭력, 성폭력, 권력의 사유화와 독점화 위에 따낸 선수들의 메달은 오히려 고통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더 이상 그렇게 따낸 메달이 수백개라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분간 매년 인권침해 실태조사 뿐만아니라 정기적으로 현장점검도 해야 한다. 또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이를 실천해야 한다. 빙상선수들의 인권 보호와 예방 증진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특히, 주요 가해자가 지도자인 점을 감안하여 지도자 인권교육 강화, 폭력행위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계약 재계약시 가해자징계 정보자료 제출, 인권서약서 작성, 학교 밖 ‘개인코치‘에 대한 관리·감독 등 다양하고 실효적 조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빙상연맹의 권력의 독점화, 사유화를 예방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 인권조차 지켜지지 못한다면 빙상연맹이 있어야 할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체육시민연대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선수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단체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2021년 4월 19일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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