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한국을 대표해야 할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박용성 전 IOC 위원에 우선 진심어린 축하와 함께 4년 임기 동안 체육회장으로서 헌신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이번 선거는 역대 가장 많은 8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흠집내려는 우려스런 장면이 연출되는 등 국민의 관심과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모든 결과가 맺어진 이상 선거 과정에서 쌓인 오해와 앙금은 털어내고 모두가 한국 체육의 발전을 한목소리로 외친 만큼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통 큰 모습을 보여주기 바라며 체육시민연대가 박용성 신임 회장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선 이번 선거는 8명의 후보자는 난립했지만 각각이 내놓은 공약과 정책은 서로 엇비슷하거나 새로울 것이 없었다. 말 그대로 이번 선거는 정책대결보다는 인맥대결 또는 세력대결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선거전 정책토론회를 갖기도 하고 박용성 신임 회장의 경우 체육시민연대가 질의한 체육단체 선진화 방안, 체육회 재정자립 방안, 학교체육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보내오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체육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에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체육계의 염려를 불식시키고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환영을 받으려면 박용성 신임 회장은 당장에라도 4년 동안 체육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미래상과 체육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 공식 입장을 피력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체육회와 KOC의 통합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와의 통합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체육계 구조조정과 대통합 문제를 위해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 틀을 짜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세 번째, 지난해 체육회 총예산 1400여억원 중 자체 수입이 128억에 불과한 현실에서 체육회의 재정자립을 위해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고 ‘선순환 재정구조를 확립’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형태의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선순환 재정구조 확립’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체육 예산이 엘리트 체육의 인기종목 중심만이 아닌 비인기종목, 학교체육, 생활체육 등에 투명하게 골고루 쓰일 수 있도록 그 과정과 내역을 공개해 주기 바란다.
네 번째,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하여 체육교과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제시하고,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최저학력제의 도입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밝혀주기 바란다. 또한 학교체육의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적인 의견 수렴과 학계, 시민단체, 학생선수,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듣고 실질적으로 현장이 바뀔 수 있도록 체육회 내에 전담부서를 설립하고 정기적인 토론회를 개최해 주기 바란다.
이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와 체육회 가맹단체가 경쟁적으로 국제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체육회의 입장은 무엇인지, 공식 직함이 많은 박용성 신임 회장이 누구보다도 현장을 두루 살펴야 하는 체육회장의 역할을 과연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현재는 유명무실화된 ‘체육계자정운동 추진본부’의 운영 의지는 있는지, 해마다 발생하는 체육계 폭력 및 비리를 근절할 방안은 무엇인지, 체육지도자들의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지도 환경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재정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앞으로 체육시민연대는 박용성 신임 회장이 우리의 당부와 선거전 밝힌 공약과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볼 것이며 올바른 체육정책을 수행하고 모든 체육인과 국민이 바라는 체육계의 현안들을 민주적으로 잘 해결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2009. 2. 20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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