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스포츠패러다임 혁신! 체육개혁 촉구! 전국 체육계열 스포츠 관련학과 교수 성명서
올 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폭력, 성폭력 의혹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스승이던 체육과 교수들은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 사태가 한 국가대표팀 코치의 돌발적 일탈이 아니라 왜곡된 엘리트선수 양성시스템에서 비롯된 구조적 폐해라는 점, 그리고 그 구조적 문제에 대해 모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방기해왔다는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위선양과 메달획득이라는 대의명분에 가려 피지도 못하고 우리사회의 맨 밑바닥으로 추락한 수많은 어린 선수들을 보아왔습니다. 운동선수라는 길에 접어들자마자 운동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는 외길인생을 강요당하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에서 배재당한 채 매우 짧은 선수생활이 끝나면 막막한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삶.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지난 2월 11일 15명의 민간위원과 5명의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적인 열망과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바꿀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5월 7일 첫 번째 ‘스포츠 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체계 확립과 정부 및 체육계 인권침해 대응시스템의 전면 혁신 권고’를 발표했고 이어 6월 4일 2차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를 내놓았습니다. 지난주에는 3차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 스포츠 인권 증진 및 모든 사람의 스포츠·신체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 권고’와 4차 ‘모든 사람의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한 스포츠기본법 제정 권고’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특히 세 번째 권고는 과거 국가주의적, 승리지상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인권, 공정, 평등, 다양성 등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국가 스포츠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온 국가 스포츠 패러다임에 대한 본격적인 혁신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혁신위의 보편타당한,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권고에 대해 일부 엘리트스포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선수의 본분이 선수가 아닌 학생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권고를 운동하려는 선수에 대한 반인권적 폭력으로 매도하고 소년체전 확대 개편의 권고를 폐지라고 호도해 엘리트스포츠 죽이기라는 왜곡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20년 전 우리 체육관련 교수들은 공부하겠다고 선수촌을 나온 어린 중학생 선수를 징계한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처음으로 200명이 넘는 교수들이 동참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체육계를 질타했습니다. 20년 만에 국가적 스포츠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모아야겠다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에 전국의 체육관련 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대한체육회는 지금이 스포츠개혁의 골든타임임을 자각하고 스포츠개혁에 반하는 일련의 매도와 왜곡을 당장 멈춰라!
하나, 정부는 엘리트스포츠, 학교스포츠, 생활스포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국가주의적 스포츠 패러다임을 전환하라!
하나, 정부는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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