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승부조작 범죄와 비위행위로 징계 중인 100인의 사면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이사회는 축구팬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지고 사퇴하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본 사태의 과정과 근거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하라!
“제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이 있더라도 축구의 기본정신을 저해하는 모든 암적인 존재는 도려내야 합니다. 어설픈 미봉책으로는 나머지 대부분의 정직한 선수들까지 매도하고 오염시키는 등 더 큰 화를 불러올 뿐입니다.”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의 파문이 이어지던 2011년 5월,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였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발표한 사과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3년 3월 28일, 대한축구협회가 이사회에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48명을 포함, 각종 비위행위로 징계받은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임원 등 모두 100명의 사면을 의결했다고 기습 발표했다.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자축’,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 존중’이 사면의 이유다.
도대체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범죄와 비위행위를 저지른 이들의 사면과 무슨 상관인가? “축하”의 자리에 왜 사면을 들먹이는가! 단지 자신들의 도취감으로 승부조작은 물론, 알 수 없는 수많은 비위행위를 저지른 이들을 용서해 주겠다는 말인가? 이들을 사면하면 축구계가 “화합”하는가? 승부조작과 비위행위에 면죄부를 주면 한국 축구는 새 출발을 할 수 있는가? 어떠한 권한과 권위로 사면을 함부로 결정하는가!
K리그의 승부조작 사건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었다. 승부조작 파문 이후 K리그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아픔을 겪었다. 지도자와 선수가 서로를 믿지 못했고, 팀을 향한 팬들의 신뢰도 무너졌다. 땀 흘려 정직하게 치른 경기도 거짓이 되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일까지 벌어졌다. 현 대한축구협회 이사회의 상당수가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아는 이들이다. 그런데, 12년 만에 그 아픔을 모두 잊었는가?
지난 12년 동안 K리그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을 감내하고 다시는 그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 노력을 협회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뛰었다”던 선수를 협회는 잊었는가? 당신들이 말하는 “축구계”와 “현장”에 모든 축구인과 팬들을 뭉뚱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한축구협회의 이번 결정은 경기장에서 최고의 경기, 최선의 승부를 위해 열심히 뛴 선수들을 모독하고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들을 우롱하는 결정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현재 월드컵 이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K리그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축구의 근간을 뒤흔드는, 참담한 사건이다.
“축구에 해가 되는 부정과 부패, 차별과 폭력을 배격한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적힌 축구인 헌장 중 하나다. 이는 협회가 스스로 맺은 사회적 약속이다. 더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공표한 원칙이다. 협회는 이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인가! 이들이 돌아와 활동을 재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는가? 후속적인 안전장치는 생각이나 했는가?
이번 사면 결정은 승부조작 재발 방지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의지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이를 예상한 듯 보도자료에서 “국내 모든 경기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과 감독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승부조작도 시간이 지나면 사면이 가능한 범죄라는 사실을 협회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사면 대상에서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연루된 사람은 제외했다”고 하지만, 사면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주장도 믿을 수 없긴 마찬가지다. 이럴 거라면 애초에 징계는 왜 했는가!
징계의 이유와 경중은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행위가 부득불 사회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을 전제한다. 제명을 포함한 징계가 혹독하며 준수되어야 하는 이유다. “대중과 팬 앞에 나서야 하는 모든 축구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으로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갖춰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2011년 사과문에서 정몽규 회장이 직접 말하지 않았는가! 징계의 절차와 결론에 관련한 모든 결정의 근거는 오로지 축구팬과 대중, 그리고 스포츠 정신에 있어야 한다. 근거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지금의 결정이 축구의 미래를 얼마나 암울하게 하는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이사회는 정말 모르는가?
이번 결정은 단순한 오판이나 근거의 부족이 아니다. 이번 결정을 주도하고 동의한 모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처절히 반성하고 사퇴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명예와 축구의 명예가 달린 일이다. 현장의 축구인과 축구팬이 지켜온 축구와 스포츠의 명예에 함부로 먹칠하지 말라!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에 촉구한다.
하나, 2023년 3월 28일 발표한 승부조작 범죄와 비위행위로 징계 중인 100인의 사면안을 즉각 철회하고 징계를 유지하라!
하나, 정몽규 회장을 비롯하여 해당 사면안을 제시하고 의결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는 축구팬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본 사태의 과정과 근거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하라!
2023년 3월 31일
문화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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