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의 정관개정 요청을 승인했다. 이번 정관개정으로 현 이기흥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대한체육회장 자격을 유지하면서 회장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내년 1월 시행될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또한 스포츠혁신을 간절히 바라던 스포츠인과 국민들은 다시 한번 절망감과 패배감에 빠지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관리감독 권한조차 상실하고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게 무릎을 꿇은 형국이다. 정관승인 결정을 미루면서 제대로 KOC 분리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득하지 못하고 IOC를 뒷배로 한 대한체육회 꼼수 주장에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철인3종 사건 특별조사단 결과발표를 통해 체육국장을 경질한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해임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문재인 정권의 치욕이다.
대한민국 체육계 수장을 뽑는 선거는 시작부터 반칙과 꼼수로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현직 회장은 차기회장 선거에서 적어도 석 달 전에는 물러나 정정당당히 경쟁하라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마저 무너진 것이다. 지난 9월초 이기흥 회장은 정관승인을 늦추면 IOC 위원직을 던질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이번 정관개정이 다른 종목단체의 수장들 선거에도 적용됨을 스스로 밝혔다. 문체부 승인이 늦어져 현재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SK 최태원 핸드볼 회장이 사임과 재신임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게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 조항은 재벌총수도 지키던 최소한의 장치였다. 번거로움과 공정성을 맞바꾸자는 건가? 무능력한 문체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 체육계 수장에 이 정도의 민주주의 인식수준을 가진 자가 차기회장을 노리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문체부의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IOC 국장의 편지를 빌미로 독립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KOC 분리 시도를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호도했다. 결국 KOC 분리반대가 연임을 위한 포석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이기흥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체육계 비리와 파행의 주인공이다. 특히 2019년 초 조재범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터졌을 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뼈를 깎는 쇄신을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불과 넉 달 전 고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등지는 비극 앞에서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심지어 두 번의 실패로 이미 자격미달이라는 한 야당의원의 사퇴요구에 ‘별개의 사안’이라는 유체이탈식 답변을 국회 청문회장에서 했다. 더 이상 무책임과 무능의 끝판왕인 현 이기흥 회장에게 대한민국 체육계 수장자리를 맡길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정성을 훼손하고 대한민국 체육계 개혁에 역행하는 이번 결정을 취소하라!
이기흥 회장은 불출마를 선언하고 KOC 분리요구에 성실히 답하라!
2020년 10월 14일
철인3종선수사망사건공동대책위/문화연대/스포츠인권연구소/인권과스포츠/체육시민연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