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SBS NEWS,2020,8,15 [[취재파일]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카르텔'은 또 면죄부?]
"우리 딸 문제가 그때 제대로 밝혀졌다면 숙현이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제 와 후회도 된다. 숙현이가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연락을 안 한 건 아마 미안했기 때문이었을 것"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 전 모 씨 어머니) 수화기 건너 들리는 목소리는 울음이 섞여 있었고 가끔 한숨이 들렸습니다. 지난 8일 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체육계 카르텔의 실체를 보도한 이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전 경주시청 팀 전 모 선수 어머니는 그렇게 딸의 아픔을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5일 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 전까지 경주시청 팀에서 당했던 폭언과 폭력, 따돌림은 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판박이였습니다. 괴롭힘의 이유가 주장 선수 성적을 잘 내도록 들러리를 서면서 운동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던 것이란 것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주시청팀에서 젊은 유망주와 선수들이 폭력을 당하고 폭언을 들으며 힘들어했던 건 주장 선수를 위해, 또 경주시청 감독을 위해 성적을 내도록 하는 '운동 기계'의 역할을 닥치고 따르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이유가 주를 이뤘습니다. "가해자가 운동 성적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어도 협회와 경주시청 팀, 대한체육회 등이 우리 숙현이의 피해 호소를 묵살했을까요?" (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 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가 취재진에게 던졌던 이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운동처방사, 주장 선수가 모두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가해자 사법처리가 스포츠 폭력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그 질문에 담겨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우리 체육계의 현실은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고통받고 희생당하더라도 성적만 좋다면 가해자들이 과정에서 초래한 문제는 어느 정도 덮어줄 수 있다는 반복된 나쁜 선례가 많습니다. 이런 체육계의 나쁜 선례가 줄기가 됐고, 엘리트 스포츠 육성 방식이란 뿌리가 그걸 받쳐주며 스포츠 폭력이 자라고 있는 구조입니다. 故 최숙현 선수가 지난 2월부터 숨지기 직전인 6월 25일까지 수사기관 외에도 경주시청, 경주시체육회, 철인3종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대한체육회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어느 한 곳 적극 나서지 않아서 그녀를 절망하게 한 것도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기관이라고 하는 곳에 문을 두드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섯 군데의 안전망, 보호망이 한 군데도 작동하지 않은 거죠. 그 선수가 느꼈을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요? 사실 이 스포츠 폭력 문제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계속 왜 이 문제가 나타나는 건가? 언론에 알려진 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 수면 아래에 문제도 엄청나게 많은데 그렇다면 이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근원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 아니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장) 냉전 시대 국제대회 메달 숫자가 국력으로 비춰지던 시절에 탄생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은 지금은 옛 동구권 국가들도 더 이상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국가가 체육특기자란 제도를 만들어서 운동을 택한 학생들을 공부에서 밀어낸 채 '운동 기계'로 육성하고 그들에게 외길 인생을 강요하고 있는 이 시스템에선 진학, 진로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지도자와 체육계가 '절대 권력' 입니다. 취재 중 만난 선수와 부모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폭력을 당해도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어떤 신고 체계를 만들어도 피해를 털어놓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스포츠 폭력의 근본 원인이 엘리트 체육 육성 방식이란 진단은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을 시작으로 한 범정부 대책 발표에서도, 그리고 대한체육회장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등장했고 그걸 전면 개선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5개 부처 차관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관합동 스포츠 혁신위원회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하는 첫 단계 권고안을 내놓자 체육계는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故 최숙현 선수 사건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이런 엘리트 체육 육성 방식으로 배운 지도자들은 폭력의 대물림을 하고 있는데 지금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겐 감당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 부당함'입니다. 이 갈등이 젊은 선수들을 절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폭력의 대물림 방식에 익숙한 체육계 지도자들 입장에선 속으로 젊은 선수들이 나약하다고 한탄할지 모르겠지만,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젠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엘리트 체육 육성 방식의 부작용을 좋은 성적을 이유로 용인하지 않는 수준이 됐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대한체육회는 아직 그럴 자세가 안 된 것처럼 보입니다. 근본 원인 개선은 하지 못한 채 체육계는 어렵게 용기 낸 스포츠 폭력 피해자들을 '카르텔'로 절망케 하고 있습니다. 故 최숙현 선수의 피해 호소 과정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지난 2월 경주시청이 진정을 받고 작성한 '민원처리 결과보고서'가 거짓 내용으로 작성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주시청 팀은 경주시청이 경주시체육회에 위탁을 해 운영하고 있고 현 경주시장은 지난해까지 경주시체육회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주시청이 작성한 민원처리 결과 보고서 내용은 경주시 체육회는 물론 철인3종 협회, 대한체육회가 이 사안을 들여다볼 때 기본 자료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데 그 보고서를 보면 '폭행은 별게 아니고 약간의 왕따만 있었다'고 정리돼 있습니다. 경주 시청을 거쳐 간 5명의 선수(최숙현 포함)에게 진술을 받아서 작성했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는 최숙현 선수의 폭행 피해를 일관되게 증언해 줬던 2명의 유일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경주 시청이 받았다는 그들의 진술서를 보니 두 명 모두 '감독으로부터의 폭언과 폭행은 없었다' 고 진술을 시작합니다. 당사자들에게 확인해 보니 경주시청이 진술서를 받았다고 한 날 경주시청과 통화한 적도, 감독의 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경주시청과 당사자인 선수들을 오가며 여러 차례 확인을 했는데 같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경주시청 담당자는 자기는 갖고 있는 번호로 통화를 했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해명했지만 왜 당사자들은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는데 '실체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서라고 작성했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숙현 선수 측 진정 당시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 중인 감독은 당시 경주시청과 철인3종 협회에서 연락을 받고 진정 사실을 들었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경주시청이 작성한 보고서와 감독이 전해 온 입장은 초기부터 이 사안을 규정하는 척도가 돼 이후 故 최숙현 선수를 고립시키게 됩니다. 전국에 감독과 선수 숫자가 얼마 안 되는 철인3종 경기 바닥에서 인맥으로 서로 얽힌 힘은 어린 선수 한 명을 몰아세우기 충분했습니다. 실제 최숙현 선수 죽음이 알려진 뒤 열린 지난달 2일 경주시청 운영위 회의록을 보면 경주시체육회장과 위원들이 가해자들을 참석시켜놓고선 폭행 사실을 따져 묻지 않고 오히려 숨진 최숙현 선수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 걸로 판단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카르텔의 힘이 사건을 어떻게 은폐해 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국 곳곳 모든 종목 협회와 체육회에 얽혀 있는 카르텔은 지금도 굳건합니다. 그래서 스포츠 폭력 조사의 경우 조사 기구가 사건 초기 단계부터 미국처럼 체육 단체 관련자들은 모두 배제하고 조사하는 '배타적 조사권'을 도입하고, 징계권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스포츠 혁신위원회에서 권고했지만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년 넘게 국회에서 법 통과가 늦어져 늑장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이달 출범했지만 배타적 조사권과 징계권 없이 체육계의 카르텔을 뚫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부당한 폭력에 분노한 사회적 여론에 "벌금 2~30만 원" 수준이라고 담당 경찰이 언급했다는 가해자들의 폭행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런 가해자들을 '육성'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과 체육계 카르텔은 이번에도 면죄부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젊은 선수들이 고통받고 호소해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지 답답한 마음이 드는 취재였습니다. *출처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931809 02.한국방송뉴스,2020,8,13 [“스포츠 성적 지상주의 탈피, 기본 가치관·인식부터 바꿔야”] 최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행·성폭행 악습이 다시 한번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구시대의 유산이며 후진적인 행태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5일 체육인의 인권보호와 체육계 비리 근절을 위해 전담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가 마침내 출범했다. 하루 전날인 4일에는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일명 ‘고 최숙현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 만든 독립 법인이다. 문체부는 물론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기존 기구들이 수행하던 인권 관련 신고·상담 업무를 모두 센터로 이관해 일원화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출범 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9층에 위치한 스포츠윤리센터 사무실에서 이숙진 초대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일부에서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 그동안 체육계와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위원장직을 수락하셨나요? 사실 처음에 제안을 받고 ‘왜 하필 접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성차별, 성 평등, 성폭력, 성희롱 등 관련 영역의 강의를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이 됐더라고요. 그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논의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의 화두이자, 어떻게라도 변화시켜야 하는 영역이 됐습니다. 또한 제가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재임하던 2019년 1월 범정부 차원에서 ‘체육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 향후 추진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경험들이 축적돼 체육계와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피하고 싶었습니다.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윤리센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아야만 했던 이유는 현재 체육계에서 일어난 심각한 문제를 누군가는 맡아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일인 것을 알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을 계기로 체육계 폭력 근절 및 선수 인권보호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센터의 역할이 막중한데요. 업무를 게시할 때도 말씀드렸지만, 고 최숙현 선수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가족들께도 다시 한번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포츠는 일상에서 기쁨과 활력, 보람을 주는 것으로 기대하는데,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 4일 ‘고 최숙현법’이라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돼 윤리센터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센터에서는 스포츠인의 인권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센터라는 명칭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센터의 핵심적인 역할은 스포츠인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먼저 피해자가 언제든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호를 받으면서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게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역할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위해서는 폭력·성폭력 관련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신고·상담, 조사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징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더불어 체육계의 공정성 부분과 관련 불공정 및 비리에 대한 조사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 센터의 조직과 인력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업무 추진 계획은요? 저를 포함해 26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경영·기획팀이 있고, 인권진흥실에는 인권대응팀과 교육홍보팀 등 2개의 팀, 비리조사실에는 불공정 및 비리에 대한 조사 1팀과 2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급하게 해야 할 것들 중 하나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에서 받았던 신고·상담 등 담당했던 업무들이 차츰 저희들에게 이관돼야 합니다. 다만, 저희 쪽의 신고·상담의 업무를 게시하기 전까지는 기존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신고와 상담을 진행해야 합니다. 저희는 조사실, 상담실, 홈페이지 등 일정 사항이 완비되면 기존의 업무들을 이관 받아 처리하고, 나아가 새로운 신고·상담을 받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게 언제쯤인 궁금해합니다.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 걸려 최소 2~3개월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예상하시는데요. 저희 쪽에서 최대한 당겨 9월 중에는 상담과 신고 업무는 시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 예산 및 인력 부족 문제, 특사경 제도 미도입, 권역별 지역센터 설치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예산, 인력 부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확대를 위한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규모로 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문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지만, 예산 문제는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심사합니다. 기재부에서도 충분히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것이기에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랍니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는 조사권의 문제입니다. 현행 법개정 사안으로는 저희가 조사를 통해 일부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경찰에 고발하게 돼 있고, 조사를 통해 징계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문체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하면, 관련 체육회에서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돼 있습니다. 물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의 벌칙 조항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따라서 센터는 피해자의 구제와 가해자의 징계 및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징계 이력시스템’을 통해 징계의 이력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심의 대상의 경우까지 포함해 향후 지도자의 역할을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화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에 통과된 개정법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지도자의 자격정지 기간이 1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습니다. 특사경 도입은 직접 수사와 관련된 부분인데, 관련 법률 개정안은 발의된 상황이어서 개정이 되길 기대합니다. 도입되기 전까지는 자체적으로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최대한 피해 현장에 밀착해 조사할 것이고, 경찰 파견도 추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권역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간적, 지리적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내년도에 적어도 3개 권역에 지역본부(가칭)와 같은 조직을 설치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공간적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SNS, 홈페이지, 전화 등 온라인 장치로 언제 어디서나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찾아가는 조사·상담을 통해 공간적·지리적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할 것입니다. ◆ 센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회 각계의 협조 또한 필요한데요. 이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취임하면서 많은 분들이 ‘체육계의 인권문제와 폭력을 완전히 사라지게 해달라’고 문자를 주셨는데, ‘완전히’라는 말에 짓눌려 한동안 잠을 못 이뤘습니다.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고하기 정말 어려운 피해자가 주변에 있다면, 저희 센터로 찾아올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잘 알려져야 피해자들이 혼자 끙끙 앓지 않고 신고하거나 상담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만으로는 체육계의 인권침해나 비리 문제를 다 해결하리란 어렵습니다. 스포츠를 경쟁과 성적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연대와 협력, 상호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희망해야 합니다.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께서도 선수들에게 격려해 주길 바랍니다. 1, 2, 3등만 살아남는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즐기고 격려할 수 있는 스포츠가 돼야 합니다. 인식의 변화만으로는 되지 않는 구조와 제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구조와 제도의 문제는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 생활체육 간에 칸막이를 치면서 발생하는 성적 지상주의의 문제들을 정책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힘써줘야 합니다. 예방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과 인식에 달려 있습니다. 삶에 대한 철학이 될 수 있죠. 이번 기회에 타인에게 아픔이나 고통을 주고 자신이 얻는 성적이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출처 : https://www.ikbn.news/news/article.html?no=105512 03.정윤수의 오프사이드,2020,8,13 [‘스포츠윤리센터’출범에 부쳐]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애초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이 기구를 정부에 권고할 때는 ‘스포츠인권센터’였기 때문이다. 윤리와 인권, 둘 다 우리 현실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단어다. 그런데 ‘윤리’는 철학의 영역에서 깊이 탐구되는 바와 달리, 스포츠 현실에서는 ‘잘잘못’을 가리는 도구적 개념으로 한정되어 왔다. 이 때문에 새로 출범한 ‘윤리센터’가 기존보다 역할이 조금 확대된 ‘상벌기구’로 활동폭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인권’이라고 할 경우, 스포츠의 긴급한 문제나 복잡한 상황을 보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게 한다. ‘윤리’가 폭력과 성폭력, 공정, 부정부패 등을 다룬다면 ‘인권’은 그것을 포함하되, 한국의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지는 제반의 상황들, 예컨대 그 정책의 수립과 적용, 실제 스포츠 현장의 관습과 문화,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연습, 생활, 대회 등을 총괄하는 헌법적 차원의 활동까지 가능하다. 이런 차원에서 ‘윤리’가 아니라 그것을 포함한 ‘인권’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했으나 20 대 국회 때 ‘윤리’라는 이름으로 몇몇 의원이 법안을 제출한 바 있고 또 ‘국가인권위원회’와 의 관계 설정 등에 의하여 ‘윤리’로 귀결되었다. 아쉽지만, 그러나 제안컨대 ‘윤리’의 개념을 확장하고 그 활동의 폭을,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 이 기구가 특정한 사건의 명확한 해결뿐만 아니라 오랜 제도, 관습, 문화 등에 걸쳐 ‘비윤리’적인 요소도 해결해 나가는 기구로 활동하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법 개정이 이뤄졌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 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1조(목적)의 ‘국위 선양’이 ‘연대’ ‘인권’ ‘행복’ ‘공동체’ 등으로 바 뀌었다. 일부 연구자들의 주장대로 ‘국위 선양’은 일제의 잔재다. ‘국위’는 일본 천황을 뜻하 고 그것을 ‘선양’하는 것으로 19세기 메이지유신 때 만들어진 용어다. 일제강점기의 신문 기사들을 살펴보면 ‘경성부교육회는 조선신궁에서 국위 선양기원제 거행’(동아일보, 1937 년 7월22일), ‘조선신궁에서 국위 선양과 황군의 무운장구기원제 거행’(1940년 7월4일) 등 천황 중심적으로 쓰였다. 이것이 해방 이후 자연스럽게 ‘국가 위상을 드높이는 쾌거’로 변용 되어 사용됐다. 물론 탄소, 질소, 과장, 계장같이 그 시절에 도입되어 1세기 가까이 쓰고 있 는 모든 용어를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없애자고 하기 어려운 것처럼 ‘국위 선양’ 역시 단어 자체보다는 그것이 어떤 시대적 맥락에서 쓰였는가가 중요하다. 해방 이후 스포츠는 신생 독립국의 ‘국위 선양’을 위한 중요한 가치였다. 1948년 10월16일 경향신문 기사는 근대 스포츠가 ‘강인패기를 보여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렇기는 해도 법에 적시되지는 않았다.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될 때에도 이 단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1982년 법이 개정되면서 ‘국위 선양’이 추가되어 국가주의 스포츠 정책은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한때 의미 있는 역할을 했던 ‘국위 선양’은 곧 신성불가침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각종 폐습과 악행의 저류에 흐르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임오경(더불어민주 당), 이용(미래통합당) 등 바로 그 ‘국위 선양’을 이룬 엘리트 선수들까지 동참해 이 단어를 삭제했겠는가. 새로운 시대의 ‘국위 선양’은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가치가 아름답게 펼쳐지 는 행복한 공동체인 것이다. 이렇게 한국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법의 목적이 바뀌었으므로 이에 근거한 각종 규칙도 변해야 한다. 과거 국위선양 시대의 이념을 명문화한 ‘체육인헌장’이나 명령과 복종 중심인 ‘국가대표 훈련관리 지침’ 등이 그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아니라 ‘스포츠인권센터’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아쉬운 대로 현재의 ‘윤리’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인권진흥실’의 교육과 홍보 업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스포츠를 21세기로 혁신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또 한 걸음씩 걸어가 야 한다. 이 기구는 무슨 전문가들이 담론하고 정부가 수용해 설립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희생과 죽음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8130300005#c2b 04.한국일보,2020,8,13 [스포츠 댓글, 악플과 무플 사이] 포털 사이트 3사가 일제히 이달 중 스포츠 뉴스의 댓글 창을 닫기로 했다. 프로배구 선수였던 고(故) 고유민이 생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달 30일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유민은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마지막 인터뷰에서 입에 담지 못할 악성 댓글을 거론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영상은 "악플로 고통받는 선수가 더는 없길 바란다"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공개됐다. 체육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일어났다. 프로배구연맹에 이어 야구, 농구 등 다른 종목도 선수, 에이전시 할 것 없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탁구스타 출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스포츠 뉴스의 악플금지법안을 국회에 요청했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은 악성 댓글은 해묵은 문제다. 너무나 많은 체육인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체육인의 전문성과 무관한 인신 공격이 난무했다. 외모 품평이 주를 이룬 여자프로골프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댓글에 선수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프로야구 박병호(키움)에겐 집요하게 비난 댓글을 다는 '전담 악플러'까지 있었다. 선수 본인도 인지할 만큼 악명 높은 악플러였던 그는 2018년에 구단 측이 고소 방침을 밝히고서야 자취를 감췄다. 승부의 세계에서 매 순간 결과로 평가 받는 숙명을 지닌 체육인들은 대중의 반응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부의 주장이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현혹되는 게 선플보다 악플이 많은 댓글 여론의 함정일 때도 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댓글의 무조건적인 폐지엔 반대한다. 1990년대 온라인 문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따라붙은 댓글은 '표현의 자유'를 활성화하면서 쌍방향 소통으로 진화했다. 특히 팬들과 늘 가까이서 호흡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계는 생생한 피드백과 함께 형성되는 여론을 즉각 수렴했다. 체육계의 갑질과 횡포, 승부조작, 병역기피 등 각종 비리부터 팬서비스, 제도개선 등 중요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포털 댓글은 '사회적 공론화'의 장이 돼 순기능을 발휘했다. 수많은 기록과 팩트를 들먹여야 하는 스포츠 기자들에게도 댓글은 견제와 균형의 수단이었다. 때로는 데스크를 거치면서까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오류를 정정해주는 마지막 교열의 창구이기도 했다. 지난해 여러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포털 사이트는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악플은 사라졌지만 피드백 없는 '무플 뉴스'는 무미건조한 일방향 정보 전달로 퇴보했다. 날선 댓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기사엔 '단독'이 넘쳐난다. 포털 댓글보다 심각한 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연예 뉴스의 포털 댓글을 막자 악플러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각종 포털의 영상 댓글, 방송사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공간으로 옮겨 여전히 공격적인 글을 쏟아내고 있다. 포털 3사는 스포츠 댓글 폐지에 '잠정적'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댓글 서비스 발전 방향의 실효성이 담보되면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명제를 통한 기명성 극대화, 신고제 활성화 및 강력한 제재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묘안을 찾아 건전한 '온라인 광장'이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 *출처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008121543000382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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